제주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늘 등장하는 이름이 있죠. 사려니 숲길, 한라산, 올레길 같은 대표 코스들 말이에요. 물론 멋지고 아름답지만, 사실 도민들 입장에서는 너무 흔하고 붐비는 길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색다른 제주의 얼굴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바로 ‘도민들만 아는 숨은 트레킹 코스 TOP5’입니다. 관광객들에게는 낯설지만 조용히 걷기 좋고, 제주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길들이에요. 이번 글에서는 각 코스별 소요시간, 난이도, 장단점, 준비물은 물론 시작·종점 위치까지 꼼꼼하게 안내드리니, 다음 제주 여행에서는 꼭 새로운 발자국을 남겨보시길 바랍니다.
1. 따라비 오름 둘레길
출발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62-1 (따라비오름 입구 주차장)
종결지: 원점 회귀 코스
소요시간: 약 1시간 30분
접근성: 표선면 가시리 마을 인근, 자차 필수
난이도: 초급
장점: 분화구를 따라 걷는 독특한 풍경, 조용한 분위기
단점: 표지판 부족, 초행자 주의 필요
준비물: 편한 운동화, 모자, 물
따라비 오름은 도민들 사이에서 ‘혼자 걷기 좋은 오름’으로 알려진 조용한 명소입니다. 정상에 오르면 제주의 바람이 가장 먼저 반겨주고, 발아래 펼쳐진 분화구는 다른 오름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풍경을 보여줍니다.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지만, 중간중간 갈림길이 있어 처음 가는 분들은 잠시 길을 헤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과정이 ‘탐험’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붐비는 곳을 피해 나만의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 따라비 오름만큼 제격인 곳도 드뭅니다.
2. 절물자연 휴양림 트레킹 코스
출발지: 제주시 명림로 584 (절물자연휴양림 매표소 입구)
종결지: 삼나무 숲길 순환로 완주 후 귀환
소요시간: 약 2시간
접근성: 제주시내에서 차량 20분, 대중교통도 가능
난이도: 초급
장점: 잘 관리된 숲길, 삼나무 향기, 쉼터와 편의시설 완비
단점: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붐빔
준비물: 운동화, 간단한 간식, 카메라
절물자연휴양림은 삼나무 숲길로 유명한 곳이죠. 도민들이 주말 산책 삼아 자주 찾는 곳이라 ‘제주의 생활형 힐링 숲’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길은 넓고 평탄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고, 곳곳에 설치된 벤치와 쉼터에서 숲 향기를 맡으며 잠시 앉아 쉬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봄에는 연둣빛 새잎이 반짝이고, 여름에는 푸른 향기가 숲을 가득 메우며, 가을에는 단풍이 붉게 숲길을 물들입니다. 도시와 가까우면서도 일상에서 벗어난 듯한 기분을 주는 절물 숲길은, 한 템포 쉬어가고 싶은 이들에게 최고의 선물 같은 길입니다.
3. 거문오름 세계자연유산 탐방로
출발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산37-1 (거문오름 탐방안내센터)
종결지: 정상 순환 후 탐방안내센터 회귀
소요시간: 약 2~3시간
접근성: 제주시에서 차량 40분, 자차 권장 / 예약 필수
난이도: 중급
장점: 세계자연유산, 독특한 화산 지형, 전문 해설과 동행
단점: 사전 예약 필수, 즉흥 방문 불가
준비물: 등산화, 벌레 기피제, 모자
거문오름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특별한 장소입니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용암동굴의 흔적과 신비로운 지형을 만나게 되고, 해설사의 설명 덕분에 발걸음마다 새로운 배움이 더해집니다. 걷는 길 자체는 크게 힘들지 않지만, 2~3시간 정도 이어지는 코스라 여유 있는 시간 계획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트레킹을 넘어, ‘제주라는 섬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지구과학 체험의 장이기도 하지요.
4. 돌오름~아부오름 연결 코스
출발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15 (돌오름 주차장)
종결지: 아부오름 정상 후 다시 돌오름 주차장 회귀
소요시간: 약 2시간
접근성: 대중교통 불가, 자차 필요
난이도: 중급
장점: 두 개 오름을 연계, 서로 다른 풍경을 동시에 감상
단점: 안내 표지 부족, 초행자는 지도 확인 필요
준비물: 등산화, 물, 가벼운 간식
돌오름과 아부오름은 ‘쌍둥이 오름’처럼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 함께 오르면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돌오름은 제주의 드넓은 초원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아부오름은 바다와 마을 풍경이 어우러져 파노라마 같은 조망을 선사합니다. 한 코스 안에서 서로 다른 성격의 풍경을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지요. 특히 가을 억새철에 찾으면 황금빛 물결이 바람에 흔들리며 영화 같은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5. 수악계곡 트레킹
출발지: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수악계곡 입구
종결지: 계곡 종점에서 입구로 회귀
소요시간: 약 2시간
접근성: 애월읍 중산간, 자차 필수
난이도: 초급
장점: 시원한 계곡 물소리, 울창한 숲
단점: 벌레 많음, 비 오는 날 미끄러움
준비물: 미끄럼 방지 신발, 벌레 기피제, 물
수악계곡은 여름날 특히 돋보이는 비밀스러운 트레킹 코스입니다. 제주의 계곡은 많지 않지만, 이곳은 물소리와 숲의 조화가 환상적입니다. 도민들이 더위를 식히러 종종 찾는 곳이라 번잡하지 않고, 숲 그늘과 물소리가 어우러져 마치 시원한 음악회 속을 걷는 듯합니다. 큰 오르막이 없어 산책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고, 물가에 앉아 발을 담그며 쉬는 순간은 다른 여행지에서는 맛보기 힘든 소소한 행복입니다.
트레킹은 단순히 걷는 활동이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 마음을 정리해 주고, 때로는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 주기도 하죠. 오늘 소개한 5곳은 화려하진 않지만, 제주의 본모습이 가장 잘 담겨 있는 길들입니다. 이 길들을 걸으며 느끼는 고요함과 청량함은 분명 여행 이후에도 오래 남아 삶의 순간순간을 채워줄 거예요.
혹시 요즘 지치셨나요? 그렇다면 제주에서 이 숨은 길들을 한 번 걸어보세요. 발걸음 하나하나가 작은 희망이 되어, 내일의 당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여행이 끝나고 나서도 제주의 바람과 숲, 그리고 계곡의 물소리가 마음속에서 계속 울려 퍼지길 바랍니다.